책 그리고 이야기

[서울대선정 인문고전 60선] 13. 이익의 '성호사설'을 읽고

여유롭게 읽고싶어 2023. 8.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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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밖에서 보아야만 그 전체모습을 알 수 있다."

 

오늘은 [서울대선정 인문고전 60선] 열세번째 이익의 '성호사설'에 대하여 말해보겠습니다.

 

[이익]은 누구인가?

1681년에 태어난 이익선생은 투철한 문제의식과 폭넓은 지식으로 조선 최고의 학자로 평가받는 학술계의 개척자 같은 인물입니다. 

우리나라와 한정된 주제에만 관심을 가지고 탐구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와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평생 탐구에 매진한 역동적인 탐구태로를 보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성호사설' 뿐 아니라 '성호질서' '사칠신편' '예설유편' '곽우록' '관물편' '백언해' 등 다양한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집필자료로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학문 정신은 다산 정약용에게 계승되어 지속 발전되게 됩니다.

 

 

"숲은 밖에서 보아야만 그 전체 모습을 알 수 있다"

 

그는 객관적인 통찰이 아니고서는 그것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학문은 실제 사회에 유용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 무렵 사회현실을 가장 올바르게 인식하고 비판한 그의 높은 식견과 포부는 어지러웠던 나랏일을 능히 바로잡을 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무렵 조정은 그의 포부를 들어줄 만한 여유가 없었고, 권력에 억눌려 그 진실을 펼치지 못하고 헛되이 묻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가 바로 실학(實學)이라고 일컬어지는 조선 후기 경세치용(經世致用)의 학(學)을 대성(大成)한 성호(星湖) 이익(李瀷)입니다.

 

 

[성호사설]은 무엇인가?

이익은 마흔 즈음부터 평소 학문과 사물의 이치를 깨친 바를 틈틈이 적어 나갔습니다.

또한 제자들이 어떤 문제를 물어볼 때 그 답변도 꼼꼼히 적어 놓았습니다.

그가 처음부터 책으로 엮을 생각으로 그랬던 것은 아니며, 그의 나이 여든 즈음에 집안 조카들이 그의 기록들을 한데 모아 정리한 것이 바로 '성호사설'입니다. 
따라서 '성호사설'은 그때그때 떠오른 순간의 기지(機智)이며 문답잡기(問答雜記)입니다.

이익은 서문에서 스스로 희필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참으로 겸손하게 말한 것이며, 사실은 조선시대 학자의 저술로서 손꼽히는 명저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또한 평생 동안 써 왔으므로 이익 학문과 사상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호(星湖)는 이익의 호이며, 사설은 ‘세쇄(細碎:매우 가늘고 작음)한 논설’이라는 뜻으로 하나의 잡저를 의미합니다.

〈천지문天地門〉, 〈만물문萬物門〉, 〈인사문人事門〉, 〈경사문經史門〉, 〈시문문詩文門〉의 다섯 문으로 분류해 총 3007편의 항목에 대한 글이 실려 있으며, 방대한 분야를 두루 다루면서도 주제별로 세분화하여 기사들을 실었기 때문에 '성호사설'은 백과사전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역사 지리 과학 해박한 지식
〈천지문〉은 모두 223항목이며 우주 속의 자연과 해와 달, 별들, 바람과 비, 이슬과 서리, 조수, 역법과 산맥 및 옛 국가의 영토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익은 《천문지天文志》, 《율력지律曆志》, 《칠정서七政書》 등과 중국 고전(古典) 등을 참고하여 하늘과 우주의 법칙을 나름의 분석으로 기술했습니다.

그는 역사와 지리의 고증에 가장 큰 관심을 두어 단군조선·기자조선 시대를 역사에 당당히 내세웠습니다.

또한 백두산에서 태백산,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지맥(地脈), 수세(水勢)와 이에 따른 인문(人文)까지 논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무렵 중국을 거쳐 들어온 천문·역법·시원경(視遠鏡)과 서양서적 《만국전도萬國全圖》 등 서양 과학지식에 대한 이익의 해박한 지식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만물문〉은 총 368항목이며, 생활과 직간접으로 관련 있는 여러 사물에 대하여 평소에 꼼꼼히 검토하고 연구한 것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복식(服飾)과 각종 음식, 농상(農桑), 소·말·돼지·닭 등 가축에 관한 항목이 가장 많습니다.

그 밖에 충류(蟲類)와 묘서류(猫鼠類), 화조(花鳥)와 초목(草木), 전화(錢貨)와 도량(度量), 악률(樂律)과 서화필묵(書畵筆墨), 용봉(龍鳳)과 귀신(鬼神), 병기(兵器)와 서양기기(西洋器機) 등 여러 항목이 실려 있습니다.

시대를 앞서는 근대적 역사관
〈인사문〉에는 정치와 제도, 사회와 경제, 학문과 사상, 인물과 사건에 대해 서술한 990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먼저 국왕에 대한 경연(經筵)과 세자의 교육, 궁인들의 근본기틀 확립, 관리들의 감독과 봉급문제 등 왕실 기강을 바로잡기를 바랐습니다.

그 밖에 환곡제도 폐지와 상평창제도 부활 등을 통해 중농정책을 펼 것을 주장하고 노비 제도 개혁안, 불교·도교·귀신에 대한 견해, 음악에 대한 논의, 혼인·상제와 관련하여 폐습적인 문제의 개선책 등을 논술하고 있다. 그의 경세론(經世論)을 자세히 연구하는 데 기본 자료가 되고있습니다.
〈경사문〉에는 육경사서(六經四書)와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서를 읽으면서 잘못 해석된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그에 대한 견해를 실은 논설, 그리고 역사 사실에 대한 해석을 붙인 1048항목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특히 역사에서 정치적 사건에 도덕적 평가를 앞세우는 것을 비판하고 그 무렵의 시세 파악이 중요함을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역사서에 기술된 신화는 믿을 수 없다고 하여 역사서술에서 신화의 배제를 논해, 근대적인 역사학적 방법론과 역사관을 보여 줍니다.

〈시문문〉에는 중국과 우리나라 역대 문인들의 시와 문장에 대한 평론 378편이 실려 있습니다.

중국 시문이 2?3 이상이나 차지하고 있어서 이익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의 역사, 형식 등에 관한 논의라든가 각 시대 위대한 인물들의 시를 통해 그 인물의 내면세계를 평가하는 혜안이 엿보입니다.

그 외에 시체·문체·운율에 관한 논지와 서체·필법에 관한 폭넓은 견해도 잘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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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사설]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조선 실학사상의 진수
이익은 서양의 새로운 지식을 광범위하게 받아들였으며, 당대의 사물과 세태 및 학문적 경향을 개방적인 자세로 파악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또한 학문을 현실에 이용하고자 했고, 묵수적(墨守的) 태도가 아닌 비판적 태도로 사회현상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우리 국토와 국민을 살피고자 한 그의 자의식은 실학정신의 발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성호사설은 실학사상의 분수령에 빗대어지기도 합니다.

반계 유형원 이래 면면히 발전되어 온 실학정신이 그의 저술에 이르러 통합되고 이어서 여러 분야로 갈라져 더욱 깊이 있게 연구된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어떤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면 그것을 자기 자신과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재음미하고 비판하여 선택된 것을 유리하게 수용할 줄 아는 슬기로움과 주체적인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더욱이 한 번 받아들인 뒤에도 그것에 만족하지 말고 늘 비판적인 눈으로 따져 보고, 혹시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기탄없이 개선해 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호사설'은 현대에도 아주 유익한 책입니다.
이익이 '성호사설'에 쏟은 정신들이 그때는 쓰이지 못했지만, 우리는 그 정신을 본받아 보다 밝은 한국을 건설하는 데 충분히 이용해야 합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3000편이 넘는 방대한 원작에서, 성호 이익의 실학사상과 사회개혁 정신, 그리고 우리 역사와 국민에 대한 애정이 더욱 두드러지거나 함축된 글들을 골라 시중에 책으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책들을 통해, 이익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고 '성호사설'에 담긴 의미와 지식을 느껴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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