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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리고 이야기

[신작리뷰] '구의 증명' -최진영-

by 여유롭게 읽고싶어 2023.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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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에 대해, 남겨진다는 것에 대해,,,'

이 소설은 특별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현실에서 생명이 꺼진다면,

그 후의 우리들이 표정은 어떨까, 그 모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을까?

상실에 대해, 남겨진다는 것에 대해,

 

소중한 이을 잃어버린 후의 내 모습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꺼야.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이 문장하나만으로도 깊은 호기심을 끄는 책이었습니다.

 

'구의 증명'에는 여자와 남자가 등장합니다.

서로 ‘이’ 사람일 수밖에 없는 관계를 가진 사람들, 우린 그런 관계를 운명이라 말하기도 하고, 쉽게  연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소설의 두 주인공 ‘구(남자)’와 ‘담(여자)’은 일반적인 '연인'으로 묶기에는 조금 다른 관계로 느껴집니다.

그들은 영원히 같이 붙어 원의 둘레를 순환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며  타인이 만들어낸 우연과 엇갈림 등속을 겪지만 삶의 곡선 위에 놓인 두 개의 점은 궤도가 같기에 그들의 운명 또한 같을 수밖에 없어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그런 관계입니다.

실제로 이런 관계로 살아간다면 지독하다 느낄 수도 있을거 같고, 혹은 완전한 사랑이라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생활에서는 늘 그렇듯 비극은  급작스럽게 나타나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게 되면서, 거부할 수 없는 삶의 끝을 마주하게 되는 견디기 힘든 비극 속에서 소설은 시작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을 발견하면서, 꺼져버린 사랑을 재확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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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죽음 앞에서  그녀는 먹기시작합니다.

죽은 자의 신체의 일부를 조금씩 먹기 시작합니다.

이 부분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파격적이기 보다는 왜 그녀가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그녀에게 현재는 죽음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과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은 자들은 듣지 못하지만, 우리 모두 그러듯이 소중한 사람들을 앞에 두고 우리는 모두 그들에게 말을 걸게 됩니다.

그녀 역시 죽은 남자에게 속삭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 어떤 범주에도 자신을 완전히 집어넣을 수 없다고 죽은 자의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단지, 너를, 당신을 먹을 뿐이라고.

 

소설의 소재가 다소 파격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고,

구와 담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질 수도 있지만,

이 글을 모두 읽고 난 다음에 드는 생각은

'결국 그들도 우리와 같다'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방식이 조금 다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영원히 그렇게 있고 싶은 마음,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사랑' 일테니까요.

 

옆에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오늘 마주보고 진심으로 말해보세요.

"사랑해"

저도 오늘 해보려고 합니다.

모두 흩어져 사라지고 난 뒤에 말고,

지금 바로!

 

진정한 사랑을 갈망하고 느끼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구의 증명을 읽고, 최진영 작가의 팬이 되었습니다.

최진영 작가는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이 있습니다.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의 관심을 많이 받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구의 증명'으로 시작하지만, 하나 하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읽을 거 같습니다.

기대가 되는 또 한 명의 작가를 만나 기분이 좋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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