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년, 그 긴 시간동안 하루키는 어떠한 상상을 해왔던 것일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그 집필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특별합니다.
하루키는 1979년 데뷔이래로 여러 문예지에 많은 글들을 발표해왔습니다.
대부분의 글들은 책으로 엮여서 출간이 되었지만, 유일하게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않은 작품이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1980)이었습니다.
코로나 기간동안 하루키는 40여년간 묻어두었던 작품을 완성하여 완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며, 3년 간의 추가 집필과정을 통해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작품을 내놓더라도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는 하루키가 30대 청년시절에 썼던 작품은 어떤 느낌일까?가 궁금했고, 70대에는 어떤 생각으로 마무리를 지었을까?가 가장 큰 호기심이었습니다.
" 사십 년 만에 새로 쓰면서 다시 한 번 '그 도시'에 돌아가보고, 그 사실을 새삼 통감했다"
'마음 속에 비밀을 품지 않은 사람은 없다.'
고교생 에세이 대회에서 만나 서로를 좋아하게 된 두 사람,
어느 날, 소녀는 "진짜 내가 사는 곳은 높은 벽에 둘러싸인 그 도시 안이야."라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어리둥절 하지만 그 소녀가 들려주던 도시에 대한 이미지를 기록하게 되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소녀를 찾기 위해 미지의 도시로 향하게 됩니다.
견고하고 높은 돌벽으로 싸인 도시,
시계바늘이 없지만 시간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도시,
그 안에 사람들의 꿈이 달걀모양으로 줄지어 놓여있는 도서관,
사람들의 꿈을 관리하고 내용을 해독하는 것이 중요한 도시,
그림자를 버려야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도시,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비현실인가?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벽이 존재는 하는 것인가?
벽은 상대에 따라 견고함을 달리하며 형상을 바꿔나갑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 도시의 벽을 '경계심'의 의미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있고,
매일 무차별테러를 걱정하며 살게 되었습니다.
'경계심'이라는 벽을 만들고,
그 벽을 허물고 정의롭고 자유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으로 맡겨지는 오늘날을 '도시'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늘 하루키의 작품들이 그렇든,
알듯 말듯한 상황이
우리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무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고 싶은 욕구를 읽는 이에게 계속 요구하게 하는
이번에도 그런 작품입니다.
오랜만에 하루키의 작품에 한껏 빠져들어
하루를 보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책 그리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리뷰] '집착의 법칙' -그랜트 카돈- (1) | 2023.09.12 |
---|---|
[서울대선정 인문고전 60선] 19.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고 (4) | 2023.09.11 |
[서울대선정 인문고전 60선] 18. 베이컨의 '신논리학'을 읽고 (46) | 2023.09.05 |
[서울대선정 인문고전 60선] 17. 몽테스키외 의 '법의 정신'을 읽고 (33) | 2023.09.04 |
[책 리뷰] '잔망뤂세이' -정지음- (38) | 2023.09.01 |